왓챠-LGU+ 기술탈취 공방 : 서비스 철학의 부재

왓챠-LGU+ 기술탈취 공방 : 서비스 철학의 부재

Jeremy
Jeremy

구독자 여러분

작년 말에 제기된 왓챠와 LGU+의 기술탈취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기술 탈취의 유형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정리한 기술탈취 보고서를 보면 4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계약 전 아이디어˙기술자료의 탈취

2) 거래관계에서의 기술자료 유용

3) 경쟁사로의 기술자료 유출

4) 해킹, M&A 등을 통한 기술유출 - M&A 과정에서 기술자료만 탈취

왓챠가 주장하는 것은 4번째 유형으로, 2022년 7월 붜 2023년 5월 까지 10개월 동안 양사간의 M&A 관련 실사 과정에서 “왓챠의 핵심적인 기술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 영업비밀 등의 정보를 탈취한 뒤 돌연 투자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왓챠로부터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술들을 활용하여 자사 서비스를 강화” 하였다고 것입니다.

자사 서비스는 ‘U+tv 모아’ 입니다.

이 주장에 맞서, LG유플러스는 “미디어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왓챠의 고유한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2가지 입니다.

#1 M&A 실사 과정 정보 유출

상호 비밀유지 각서를 체결하고 인수 합병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왓챠가 제공한 기술 및 서비스 관련 자료가 신규 서비스인 ‘U+모아’ 의 서비스 기획 및 개발에 활용되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LG유플러스가 실사 과정에서 왓챠에 요구한 사업 정보는 ‘전체 프로젝트의 시스템 구성’ ‘구체적인 데이터 관리 업무 방식’ ‘추천엔진 구성 데이터 상세 내역’ ‘콘텐츠/고객취향 정보’ 등이라고 언론은 전합니다.

두 회사간의 M&A 논의가 종료된 5월 이후 몇개월 만에 ‘U+모아’의 베타 서비스가 오픈했다는 것이 화근입니다.

M&A 실패로 계기로 왓차의 기업 가치는 곤두박질 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왓차피디아’와 서비스 프로세스, 핵심 UI 디자인 (디자인 및 문구) , 코멘트 작성 프로세스 등 다소 유사해 보이는 서비스가 오픈 되었으니 ‘기술 탈취’를 주장할만 합니다.

#2 보편적 기능 주장의 정당성

두번째 이슈는 ‘U+모아’의 별점 표기 등 왓차가 기술 탈취 했다고 언급한 기술 및 서비스가 LGU+의 주장 처럼 “미디어 업계의 보편적 기능과 디자인” 이냐는 문제입니다.

두 서비스를 비교한 아래 보도를 보면, 두 서비스의 외형은 비슷해 보입니다.

커지는 왓챠·LGU+ 공방…”기술 탈취” vs ”보편적 기능”
커지는 왓챠·LGU+ 공방…”기술 탈취” vs ”보편적 기능”, 김주완 기자, 경제

물론 LGU+의 주장 처럼 ‘별 평점’ 방식의 평가 구조가 네이버 평점 등 흔히 사용하는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 디자인 인것도 사실입니다.

최초 왓챠가 주장한 “보고싶어요” 라는 일부러 오타처럼 표기한 왓챠의 메뉴방식은 “찜하기”로 바꾸어져 있습니다. 보편적 이라고 주장 하면서 왓챠가 자신들의 서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한 이 문구는 왜 바꾸었을까요?

<보고싶어요> 라는 문구를 U+tv모아에서 그대로 사용하였으나 기술탈위 주장 후 "찜하기로 변경 함 

‘U+tv모아’ 가 아직 베타 테스트에 머물고 있어 구체적 평가는 어렵지만 몇가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서비스 디자인 유사

우선, ‘U+모아’는 서비스 컨셉 만으로는 ‘왓차 피디아’ 류의 서비스와 유사합니다.

U+모아는 LGU+(IPTV)의 고객들이 TV VOD 를 시청할때 리모컨이 아닌 모바일 앱으로 영상의 정보를 확인하고 평점을 직접 메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VOD 시청을 촉진하기 위한 부가 서비스로 보입니다.

(물론, LG유플러스가 이 서비스를 LG 고객들이 아니라 전국민이 사용할 수 있고 왓차 피디아 처럼 평점 사이트로 키워나가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서비스의 슬로건은 “콘텐츠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U+모아’ 입니다.

슬로건에서 보듯이 이 서비스 타겟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1)   콘텐츠의 시작 : 뭘 볼까 궁금하여 콘텐츠 탐색을 시작한 고객

2)   콘텐츠의 끝 : 콘텐츠 시청 후 그 감동을 평점을 남기고 싶은 고객

1번 그룹에게 어필하기 위한 서비스 디자인은 해당 콘텐츠의 정보 (타인 평점, 줄거리, 출연자 및 제작자 정보 등) 영역을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2번 고객 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장치는 손쉽고 빠르게 평점을 입력하는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U+모아’는 2번째 그룹에게 호소하는 디자인을 채택하여 ‘별점 평점’을 손쉽게 남기는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왓챠피디아와 매우 흡사합니다.

키노라이츠로 본 U+tv모아

‘U+tv모아’ 와 유사한 서비스를 통해 이 문제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 ‘U+모아’와 유사한 서비스는 ‘키노라이츠’ 입니다.

키노라이츠는 1번 그룹인 ‘콘텐츠를 시작하는 고객’들을 위한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키노라이츠는 해당 콘텐츠의 타 회사 평점 (로튼토마토, IMDB) 과 키노라이츠 평점을 동시에 보여주고 동시에 줄거리 정보와 이 콘텐츠를 어떤 OTT에서 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데 디자인 시선을 배치합니다.

그리고 키노라이츠의 이용자들 중에서 평점을 남기고 싶은 고객을 위해 리뷰와 커뮤니티 라는 메뉴를 별도로 두어 이들만의 공간을 배치합니다.

이 공간은 평점을 남기는데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단순히 타인의 의견을 열람하려는 고객들을 위해서도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키노라이츠도 와챠피디아와 유사한 서비스이지만 벤치마킹 대상 이었지 ‘카피’ 했다고 보여지지 않죠.

키노라이츠는 서비스 전략을 충실히 디자인에 녹이고 있습니다.

평점 데이터 원조

아울러 키노라이츠와 와차피디아의 서비스는 유사하지만 탄생 배경과 철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왓챠피디아는 평점 서비스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서비스입니다. 2012년 당시에는 평점을 남기려는 소수의 영화 팬들의 평점과 코멘트를 활용하여 이용자 층을 늘려갔습니다.

왓챠피디아는 서비스로 진입한 이용자들이 평점을 주고, 코멘트를 빠르게 쓰는데 이용 동선을 최적화 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발전시켜 갔습니다.

그리고 왓차피디아는 소수의 평점 매니아로 부터 대중으로 서비스를 확산 시킨 것이죠.

왓차피디아에게 고객들의 평점은 데이터 이고 사업의 원천이었으며 이들은 이것을 활용항 데이터 판매 사업도 펼쳤고 OTT 로 진출했습니다.

유사한 컨셉, 다른 서비스

키노라이츠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OTT 시대에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OTT 시청자 대중’’을 겨냥했습니다. 이들을 위해 OTT 좌표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고 적정 이용자가 모이기 시작하자 이들을 대상으로 직접 평점을 남기는 기능을 만들어 확대했습니다.

두 서비스는 접근 방식이 정 반대인것이죠.

키노라이츠는 모든 OTT와 극장 예매 등 콘텐츠 시청 접점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와차피디아는 자사의 OTT인 왓챠로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업 전략도 서로 다릅니다.

U+모아의  서비스 철학은?

그럼 U+모아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었을까요?

U+모아는 IPTV 시청자들의 콘텐츠 시청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입니다.

콘텐츠를 시청하기 전과 시청 한 후의 고객들의 정보 탐색 및 정보 공유 욕구를 해소시키 위한 기능들

  • 평점 메기기, 콘텐츠 정보 확인, 콘텐츠 찜 한 후 IPTV에서 시청 하기 등

이런 기능들 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좋은 위치에 디자인 해야 할까요?

현재의 U+모아는 '별 평점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게 적절한 서비스 방식 일까요? 이 때문에 왓챠의 기술 탈취 주장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영상 시청 전에 정보를 찾기 위한 고객과 영상 시청 후 나의 평점을 남기기 위한 고객 중 어느 그룹이 초기에 서비스 활성화에 필요할까요?

키노라이츠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결론적으로 U+tv모아는 서비스 철학이 모호하고 ‘카피캣’ 으로 의심 받을 수 있는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개연성이 기술탈취로 까지 해석될 수 있을지는 M&A 실사 과정에 벌어진 두 회사간의 정보 교류 수준에 대한 평가에 달려 있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분쟁에서 누가 불리합니까? 심증은 있되 물증은 없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스타트업들의 피 땀 어린 기술과 서비스가 보호받을 장치가 절실합니다.

jeremy797@gmail.com

  • 사족


별 디자인을 통해 5점 척도로 고객 평점을 확보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고객 수가 적으면 ‘평균의 오류’에 빠져 가치 있는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인기 없는 작품 일수록 소수의 ‘어그로’ 평점만으로 왜곡된 점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기업들이 유저들을 대상으로 직접 콘텐츠 평점을 확보하는 데이터 기능을 직접 수행하지 않습니다.

네이버, 왓차피디아, 키노라이츠, 로튼토마토 등 외부 데이터를 제휴하는게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U+tv모아의 서비스 전략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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