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웨이브 합병 예고 : 1,000만을 위한 전략은 있나?

티빙 웨이브 합병 예고 : 1,000만을 위한 전략은 있나?

Jeremy
Jeremy

국내 OTT를 주도하고 있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소식이 들려옵니다. 합병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다시 합병론

2022년 12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된 시점의 예측과 비교해본다면 티빙은 시즌의 통합 효과를 어느정도 발휘했고, 웨이브는 그 당시와 이용자 변화가 없으며 쿠팡 플레이는 무려 200만 이상 이용자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옥수수와 합병 이후 티빙에 추격 당하더니, 쿠팡플레이에 까지 순위를 내주어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OTT 국내 사용자 수 (출처 : 비즈워치)

웨이브, 티빙의 합병은  넷플릭스에 대응할 수 있는 ‘메가 플랫폼의 탄생’, ‘K-콘텐츠 경쟁력을 국내 OTT가 주도’ 라는 평가로 포장되고 있습니다.

경영 위기로 부터 출발

합병의 실제 이유는 경영 위기입니다. 2022년 기준 티빙은 1,292억 , 웨이브는 1,27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티빙, 웨이브 모두 자신들이 세운 경영 목표에서 벗어나 있고 회생 가능성은 부족합니다.

합병의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를 인용해 보면,

“SK 측은 CJ에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는 등 합병 비율에서 한 발 물러섰고, CJ 측은 독자 생존을 희망했던 CJ ENM 경영진을 설득했다.”

지상파의 입장은?

이 보도대로 라면, 합병 법인의 경영권은 CJ 에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포함하여 국내의 다른 보도들을 살펴보면 어디에도 지상파의 입장은 취재되지 않았습니다.  지상파가 협상 내용에 동의할까요?

웨이브의 최대주주가 지분 비율로는 SK스퀘어 이지만 지상파 3사의 지분 합은 59.4% 입니다. 웨이브, 티빙의 합병에 걸림돌은 다름 아닌 ‘지상파’ 및 주주들의 이해관계의 복잡도 입니다.

티빙-웨이브 주주 구성 (출처 : 한국경제)

11번가 매각 이슈로 SK스퀘어가 겪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면 웨이브의 투자 구조도 이와 유사합니다.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여 IPO를 약속했고 약속 미행 시 상당한 패널티 규정을 두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SK스퀘어에게 CJ ENM 에게 경영권을 넘겨서 까지 합병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지상파 3사가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상파 3사가 웨이브의 지분을 소수점까지 동등하게 나누는 것은 재무적 이익과 전략적 동맹을 함께 한다는 의미입니다.

복잡한 주주 이해관계

그리고 티빙과 웨이브의 주주는 국내의 빅 미디어 기업들, 통신회사, 네이버 등 10개사 넘는 기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합병에 가장 큰 해결 과제 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성공한다면, 모든 언론들이 예측하듯, 1,00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요?

가입자의 단순 합산으로는 단숨에 900만 가입자를 통합하게 됩니다. 900만에 이르는 규모의 경제로 콘텐츠 및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K-콘텐츠의 최소 수익 보장이 가능한 가입자 기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통합 효과 #1 긍정 : 900만

긍정적으로 보면 티빙과 웨이브는 중복되는 콘텐츠가 없고 네이버, KT, SK텔레콤 등과 번들 상품 가입자가 30% (추정) 수준은 차지하고 티빙은 젊은층, 웨이브는 상대적으로 이용자 연령이 높다는 점에서 가입자 통합 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통합 효과 #2 부정 : 700만

티빙 이용자 중 웨이브의 중복 이용자 26.6% (와이즈앱 데이터 기준) 이고 웨이브 이용자 중 티빙 중복 이용자는 37.3% 라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는 MAU는 700만명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에도 파는 '이중 플레이'

필자의 판단으로도 합병 효과로 인한 가입자의 상방이 닫혀 있고 700만을 넘기는 어렵습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모기업인 CJ ENM, JTBC, ENA 등 방송 채널의 위상이 점차 약화되고 있고 이들 모두 넷플릭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중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입니다.

만일 CJ ENM에 경영권이 넘어가고 10여개의 주주사들이 적정 지분의 참여자로 남겨질 경우 이들은 지금 수준 보다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넷플릭스, 디즈니+에 팔 수 있습니다.

OTT의 성공 조건 : 독점성

티빙과 웨이브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 이유는 ‘독점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고 쿠팡 플레이어가 1년 사이 200만을 넘기는 이유는 그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티빙, 웨이브는 훌루 모델

티빙과 웨이브는 실시간 채널과 방송 직후 VOD 제공, 그리고 스트리밍 전용 오리지널들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훌루와 유사합니다.

그렇지만 훌루와 달리 지상파, CJ ENM 그리고 주주사들 대부분은 티빙과 웨이브에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넷플릭스, 디즈니+에도 일부 신작, 구작 프로그램을 팔고 이들의 자회사인 제작회사들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을 제작합니다.

로컬 오리지널의 시청 시간이 가장 높은 나라

이 표를 보죠. 넷플릭스가 서비스 되는 국가 중에서 ‘로컬 오리지널’ 들의 시청 시간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국가별 넷플릭스 로컬 오리지널 시청 시간 비교 

그리고 한국 넷플릭스의 시청 콘텐츠 중 ‘로컬 오리지널’의 시청량이 전체 넷플릭스 콘텐츠를 크게 압도합니다.

한국 넷플릭스의 로컬 콘텐츠 제공 숫자와 시청 시간 비교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로컬 오리지널’의 절반 수준이 CJ ENM과 지상파, 종편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들입니다.

방송 콘텐츠에 기반한 OTT의 가치는 오히려 넷플릭스로 이동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구조가 지속되거나 ‘로컬 오리지널’의 공급량이 증가하면 티빙, 웨이브의 합병 효과는 700만 보다 아래로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KBS의 고려거란전쟁이 넷플릭스에서도 방영되고, 구작 무한도전이 쿠팡 플레이에도 서비스 됩니다. 티빙의 주주사인 KT의 ENA채널이 만든 정우성 주연의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디즈니+ 에서 방영되고 티빙에는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되면 10여개 넘는 방송국들은 어떤 유통 전략을 펼칠까요? 웨이브의 주인이라고 동맹을 맺은 지상파들이 년간 N편만 넷플릭스에 공급한다고 맺은 약속을 계속 지키게 될까요?

지상파들이 아직 넷플릭스에게 구작 창고를 개방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풀리면??

디즈니와 WBD가 다른점

디즈니와 WBD의 스트리밍 전략을 살펴보죠.

2023년 디즈니는 방송 채널 매각과 OTT 집중 전략으로 훌루 지분 인수와 원앱 통합 전략을 결정했습니다.

WBD는 MAX로 OTT를 통합하고 CNN 뉴스와 레거시 채널들의 스포츠 경기들을 OTT로 제공할 결정을 내립니다.

훌루는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OTT 입니다. 2007년 당시 미국의 지상파, 뉴스 사이트들의 조인트 벤처(JV)로 설립된 훌루는 현재 디즈니 주도의 회사입니다.

디즈니 OTT 전략의 중심 ‘훌루’
최근 개봉한 신작 영화 ‘더 마블스’를 관람했습니다. 30%도 채우지 못한 주말 극장의 텅빈 좌석을 보며 디즈니의 위기를 실감합니다. 지난주 발표된 디즈니의 2023년 3분기 실적의 사업 부문의 매출 vs 영업이익을 보죠. · 테마파크: 95억 2천만 달러 vs 17억 6천만 달러(NETFLIX 수준) · 스포츠: 39억 1천만 달러 vs 9억 8100만 달러

훌루의 전략

미국에서만 서비스되는 훌루는 4,600만명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고 60% 가입자는 광고 상품 가입자로 미국 OTT 중 광고 기반 상품을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훌루는 실시간 채널이 포함된 VMVPD 상품인 ‘훌루+LIVE TV’ 가입자로 400만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훌루가 방송국들의 연합으로 흑자 내는 스트리머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점성, 방송 직후 VOD (한국 보다 도입이 늦었음), OTT 상품 다양성, VMVPD 등 유료방송 대체 서비스의 정체성 확립 등입니다.

디즈니, WBD 모두 자신들의 OTT를 기존 레거시 미디어과 대체성을 명확히 하며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전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티빙과 웨이브는 상품도 단순하고, IPTV 유통 구조 때문에 TV 상품 판매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광고 OTT에 소극적입니다.

그리고 실시간 TV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지 못하고 미끼 상품 (실시간채널 무료)으로 마케팅 활용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상파, CJ ENM등이 레거시 미디어가 속한 유료방송 플랫폼과 OTT 모두를 수익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중 플레이'를 지속하거나

OTT에 대한 오너쉽을 버리고 해외 OTT에 더 많은 콘텐츠를 팔아 버린다면 티빙, 웨이브의 합병 회사는 어정쩡한 전략 위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시너지가 폭발하는 합병을 기원해도 될까요?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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